준(JUNE)은 방탄소년단의 ‘Lost’, ‘Awake’, ‘Not Today’를 비롯해 수란의 ‘오늘 취하면’, 치즈의 ‘우린 어디에나’ 등 좋은 곡을 많이 쓴 작곡가다. R&B 보컬로 자기 음악도 만들어온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. 그가 2년 만에 새 작품 <LUV SIGN>을 발매했다. 전보다 밝아졌을 뿐 아니라 더 섬세해졌다.

발매로만 치면 2년 만에 EP가 나왔습니다. 그 사이 경연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다른 아티스트의 곡을 쓰거나 피처링을 했지만, 본인의 앨범이 늦어진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?

개인적인 일이 좀 있었어요. 가족이 아파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한 해의 끄트머리에 개인으로선 남는 게 없더라고요. 그래서 경연 프로그램에 나갔어요. 그 전까지 경연 프로그램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어요. 지나친 순위 경쟁을 좋아하지 않거든요. 하지만 또 그냥 1년을 보내는 것이 싫어서 참여했어요. 그 때문에 앨범 일정이 밀리기도 했죠. 그래도 차근차근 준비해놓은 게 있어서 다행이었죠.

최근 KBS2 <Listen-Up(리슨 업)> 프로그램을 통해 발매된 곡에도 참여했어요. 그건 경연에 직접 참여하는 게 아니라서 좀 더 편했겠군요.

프로듀서 파테코(PATEKO) 형의 작업실에 놀러 갔다가 트랙을 듣고 너무 좋아서 참여했어요. 원래 작업하듯이 한 거라 훨씬 편했죠. <싱어게인 2>는 편곡을 도맡아 하고 퍼포먼스도 준비하고 방송 촬영도 해야 하니 조금 힘들었거든요. <리슨업> 같은 작업은 매일 할 수 있죠.(웃음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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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랜만에 발매하는 것이지만, 싱글이 아닌 EP로 낸 이유는 무엇인가요?

오랜만인데 한 곡, 두 곡으로 내기는 싫었어요. 정규 앨범처럼 다채롭고 많은 트랙은 아니지만, 어느 정도는 갖춰서 내고 싶었죠. 제가 가진 곡 중 가장 ‘콤팩트한’ 다섯 곡을 골랐어요.

앨범에는 사랑에서 비롯된 다섯 가지 과정과 감정이 담겨 있죠. 그중에도 가장 행복하고 빠져드는 순간을 표현했어요. 이런 컨셉과 흐름을 선택한 배경이 궁금해요.

제가 느껴본 지 오래된 감정이에요.(웃음) ‘프레시하게 생각해보자’ 싶어서 연애 초반도 아니고 시작하기 완전 직전의 단계를 그려봤어요. 상대에게 빠진 첫 순간부터 일어나는 일을 순서대로 나열해봤죠. 쭈뼛쭈뼛한 느낌보다는 그냥 그 마음 자체로 행복할 때요. 곡을 들어보니 이런 흐름이 맞는 거 같았고요.

보통 트랙을 먼저 쓰고 나머지 작업을 하는군요.

그렇죠. 가사를 맨 마지막에 쓰는데 어떤 주제로, 어떤 순서로, 어떤 일을 꾸려나갈지 그때 고려하죠. 앨범에 마지막으로 담긴 ‘Lullaby’가 작업은 제일 먼저 끝났어요. 굉장히 차분하고 조용한 곡이죠. 제목부터 자장가고요. 그래서 마지막에 배치하니 순서가 딱 완성되더라고요. 앨범에 담긴 곡은 역순으로 완성했어요.

첫 곡부터 담백하게 시작하잖아요. 두 번째, 네 번째 곡은 그보다 좀 더 감정이 고조되고요. 세 번째 곡은 타이틀곡이죠. 대칭형 구조 같아요.

의도한 구조죠. 제가 순서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. 지난 앨범도 그렇게 작업했어요. 싱글 앨범 말고 미니 앨범이나 정규 앨범은 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. 책도 목차가 있고 순서가 있듯이. 순서대로 안 하면 마음이 쓰여요.(웃음) 대부분 타이틀부터 듣잖아요. 저도 그러니까. 하지만 내 앨범은 순차적으로 들을 때 더 와닿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곡 순서에 신경을 많이 써요.

‘Got U’도 어떻게 보면 앨범의 결과 맞는 프로덕션인데, 나머지 네 곡이 워낙 담백하고 오가닉한 프로덕션으로 구성됐어요. ‘Got U’를 타이틀곡으로 한 이유도 궁금해요.

듣자마자 타이틀곡이라고 생각했어요. 트랙 만들 때는 음악이 조금 더 쉬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. 이번 앨범에서 제일 쉬운 곡이 타이틀곡이어야 할 것 같았죠. 그래서 ‘Got U’를 선정했어요. 나머지 곡, 특히 ‘iMessage’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거든요. 운전할 때나 집에 있을 때 유독 많이 듣더라고요. 그래서 제 마음속의 타이틀은 ‘iMessage’기도 해요.

타이틀곡 ‘Got U’는 트랩 리듬도 있지만 예전 R&B 느낌도 많이 받았어요. 나머지 네 곡에 비해 가사도 길고, 리드미컬한 편인데.

말씀하신 대로 2000년대 R&B 느낌을 조금 생각했는데, 조금 더 트렌디한 거라고 생각해요. 이 곡은 트랙을 받은 건데요, 트랙이 가지고 있는 테마가 좋았어요. 옛날 R&B 음악가는 버스(Verse)에 가사를 많이 넣었거든요. 그보다는 더 트렌디한 트랙이지만 예전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랩처럼 말을 많이 넣었어요. 정확히 말하면 싱랩(Sing-rap)이지만요.

가창하는 입장에선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잖아요.

오히려 좋아요. 저는 리드미컬한 걸 훨씬 좋아하고 잘할 수 있거든요. 서정적으로 가는 뉘앙스보다는 조금 더 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? 통통 튀고, 음표도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더 잘 맞아요. 제가 듣던 음악도 많이 그랬어요. 그래서 오히려 커버곡을 부를 때 난감한 경우가 많죠. 서정적인 노래라면 저랑은 조금 안 맞는 부분도 있으니까요. 그런 것이 오히려 어려워요.

‘iMessage’는 굉장히 직관적인 제목이군요. 곡을 시작할 때 도입부에 아이폰 효과음 등이 납니다.

트랙을 쓰는 중에 아이폰을 무음 모드로 안 해놔서 문자 소리가 들렸어요. BPM에 맞게 들린 그 소리를 써봐도 좋겠다 싶었어요. 저는 트랙을 쓸 때 리듬부터 짜요. 그 리듬을 만들 때 이 소리가 나서 아예 그냥 효과음을 다 넣어봤어요. 기본 메시지 효과음, 텍스트 갈 때 효과음, 타이핑 효과음, 이런 걸 다 넣어봤는데 잘 어울리더라고요. 그래서 내용도 그렇게 갔죠. 서로 연락이 안될 때 느끼는 심경을 넣은 거죠.

플레이어로서의 준도 있지만 프로듀서로서 생각하는 부분이 많은 거 같아요.

예전에는 제 곡을 쓰기가 더 쉬웠어요. 그러다 다른 가수의 곡을 많이 작업하면서 ‘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내 것은 디테일하게 안 봤을까’ 싶더라고요. 내 것을 더 잘해보고 싶어졌죠.

다른 이의 작품과 본인 것을 작업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?

일단 다른 이를 위한 작업은 조금 더 세심하게 신경 써요. 폐 끼치면 안 되니까요. 물론 내 것은 내가 컨펌하다 보니 좀 더 관용적이죠. 이 정도 느낌이지 사실 큰 차이는 없어요. 모든 음악 작업은 똑같아요. 하나 더 차이를 말하자면 다른 이를 위한 작업은 가창자의 목소리를 따라 해보고 써요. 그렇게 해야 멜로디도 그의 스타일대로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.

그러면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플레이어가 아니라 작곡가로서 뭘 가장 많이 고민했나요?

내용이죠. 내용 측면에서 다른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많이 생각하면서 썼어요. 그래서 가사에 집중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. 특히 ‘iMessage’는 재밌는 요소가 많잖아요. 그 효과음은 가사에 담긴 이야기에 맞게 배치했거든요. 그것들을 조금 더 유심히 봐주셨으면 해요.

남은 한 해는 어떻게 보낼 건가요?

<LUV SIGN> 앨범 활동을 해야죠. 또 다른 싱글도 준비 중입니다. 아직 한 번도 크리스마스 느낌의 작업을 안 했더라고요. 보통 사계절 단위로 나누어 앨범을 내요. 제가 그렇게 음악을 듣기도 하고요. 근데 제 앨범에 봄 여름 가을 다 있는데 겨울이 없더라고요. 크리스마스에 가까운 캐럴 분위기의 곡을 내고 싶어요. 물론 공연도 많이 하고 싶고요.